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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목수의 인문학

목수의 인문학
  • 저자임병희
  • 출판사비아북
  • 출판년2015-05-1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2-0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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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자가 목공소로 간 이유는?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공방에서 목수의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 사연이 있겠구나 하며 의문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 반응일 것이다. 사회 통념상 인문학자와 목수는 분명 어색해 보이는 조합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임병희는 그 어색해 보이는 두 세계의 접점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그 후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7년간 베이징의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예슈셴(?舒憲) 교수를 사사했다. 예슈셴 교수는 동북아시아 신화 전문가로 신화뿐만 아니라 고전과 역사에 정통한 중국 최고의 석학 중 한 분으로 꼽히는 학자다. 저자는 예슈셴 교수의 지도로 동북아 신화와 한국 신화의 상관관계를 밝힌 〈한국신화역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영출판사인 중국남방일보 출판사에서 《韓國神話歷史》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이토록 촉망받는 인문학자였던 그가 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향한 곳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강단도, 연구실도 아닌 공방(工房)이었다. 그는 1년여 공방에서 목공 수업을 받은 후 ‘나무와 늘보’라는 공방에서 가구를 만드는 삶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는 사람들의 예상과 한참 벗어난 선택을 했을까. 그것은 10여 년간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무기력과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했던 청년이 혼자 짓고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생각뿐인 공부에서 벗어나 몸으로 스스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공부를 해왔던 것도 무엇이 되기 위해 한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통념에서 벗어나기도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기에 그 무엇도 할 수 있었고, 과감히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목수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저자가 갖고 있는 삶의 철학에서 나온다. 그는 인생은 “계획 중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예상치 못한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고, 우리는 그때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의 삶은 과거에 했던 무수한 선택의 결과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 고전이고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중국 유학 시절, 고전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고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공부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오롯이 자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목수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도중에 겪은 일들과 그보다 과거의 경험들을 사서(四書)와 노장(老莊) 등의 동양고전 속 문장들로 풀이한다. 말하자면 한 사람의 인문학자가 스스로 삶의 철학을 세워 나가는 기록의 흔적이다. 얼핏 보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목공과 인문학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 안의 이야기들을 삶의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해가는 일은 인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는 작업이다. 또한 책상에 앉아 머리로만 생각하지 않고, 삶의 현장과 직접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현장의 인문학’이라 할 만하다.





    스스로 삶의 철학을 정립하는 DIY 인문학



    요즘은 가히 인문학의 홍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곳에서 인문학이 언급되고 있다. 수많은 인문학 강좌가 개설되고 심지어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도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필 만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몇 해 사이에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폭발과는 반대로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 임병희는 이러한 겉으로만 넘쳐나는 인문학의 과잉 속에서 스스로 정립해가는 인문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목재는 누구에 의해 어떤 가구가 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공방에 들어온다. 또한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목재와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이러한 목공의 다양한 가능성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이 숨어 있다.

    여러 목재들이 모여 하나의 가구를 이루듯 사람의 인생도 여러 요소들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 다만 나무에게는 선택권이 없지만 우리네 인생엔 도처에 선택의 순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게 무수한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변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스스로의 삶을 예상할 수 없다. 저자에게는 그러한 삶의 고비마다 펼쳐보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고전 속에 등장하는 문장들이다. 삶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민과 문제들의 답을 고전 안에서 찾아내고 그러한 삶의 경험을 쌓고 쌓아 임병희라는 한 사람을 만든다. 바로 이 지점이 스스로 정립하는 삶의 철학이자 저자만의 인문학이다. 정해진 진리와 규범에 의해서가 아니라 앞서 산 이들과 타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거울삼아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세우는 것이 임병희의 인문학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에게 목공은 단순히 목공 그 자체가 아니다. 주어진 공구를 이용해 목재를 다듬고 가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놀랍도록 닮았다.

    나무를 재료 삼아 가구를 만들면서 실수도 하고 때로는 상처도 입고 시행착오를 거쳐 가구를 완성하는 것이 목공이듯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저자는 목공을 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삶을 버티게 해주는 스스로의 철학을 정립할 수 없었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렇기에 목공과 인문학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목공은 곧 우리 삶의 축소판이며 목공의 과정 속에서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목공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 나갈 수 있다. 결국 인문학 또한 남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DIY를 통해 이루어진다.







    목공에 담긴 인생·철학·고전 3막 18장



    가구는 다양한 공구들로 목재를 자르고, 깎고, 이어 붙이고, 마감 작업을 마친 뒤에야 완성이 된다. 목공이 인문학, 더 나아가 우리 삶과 닮았듯 목공의 각 요소 안에서도 삶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1부 ‘삶의 재료들’에서는 목공이 기본적인 재료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하듯 우리의 삶 또한 여러 요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겨울을 견뎌낸 추재(秋材)의 나이테는 여름 동안 형성된 춘재(春材)의 나이테보다 훨씬 단단하고 깊은 밀도를 가진다. 저자는 추재를 예로 들며 “빨리 자라면서 단단한 나무는 없다”는 말로써 고난의 순간에 충실해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버려진 자투리 나무 조각을 갖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쓸모없는 것들이 쓸모를 갖게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여러 조그마한 목재를 집성(集成)하여 넓은 목재를 만들면서는 사람과 사람 또한 서로의 모자란 면을 보완하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재료가 갖추어졌다면 공구로 목재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2막 ‘삶을 바꾸는 공구들’에서는 목공에 사용되는 다양한 공구들에 비춰 삶을 들여다본다. 분도기는 공구를 만들 때 필요한 각도를 계산하고 측정하는 데 쓰인다. 저자는 분도기가 목재가 나아갈 각도는 알려주지만 삶에서는 그 누구도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늘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직각자를 바라보면서 직각은 언제나 90도이듯이 타인을 대할 때 나와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외에도 구멍에 맞게 매번 바꿔 끼워야 하는 드라이버 비트를 보며, 모양 따라 쓰임도 제각각인 다양한 대패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실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그러한 순간순간이 모여 가구가 완성되듯 우리 삶도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목공과 달리 우리 삶에는 완성이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구는 마감을 마치고 나면 그 형태가 갖추어지고 완성되지만 우리 삶은 끝나는 순간까지 끝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모습이 갖추어졌을지언정 언제든지 결말이 달라질 수 있기에 우리 삶에 ‘마감’이란 없으며 인생은 늘 미정(未定)이다. 3부 ‘삶의 찬란한 마감재들’은 목공의 마감 단계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통해 이와 같은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구는 오일을 바르면 완성이 되지만 삶이란 죽는 그 순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한계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샌딩페이퍼로 끊임없이 문질러야 매끄러운 가구의 단면을 얻을 수 있듯 겪어야 할 일은 겪어내야만 비로소 지나간다고 말한다.





    사진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인문학 입문서



    이 책은 ‘목수가 된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목수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화들을 인문학적 사고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결코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다. “나도 내가 목수가 될 줄 몰랐다!”라고 외치는 능청스러운 성격답게 매 일화에는 저자의 유머와 정형화되지 않은 시선이 드러난다. 일상 속의 에피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고전의 메시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허물고 보다 친숙하게 동양고전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저자가 목공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책에는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공방의 다양한 풍경을 비롯해 직접 만든 여러 가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저자가 직접 만든 유아용 의자나 키우는 고양이들을 위해 만든 통로, 자투리 나무들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 들은 지면상에서나마 목공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거기에 인기 만화가인 이우일의 삽화가 더해짐으로써 눈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매 꼭지마다 글의 주제를 아우르는 문장과 함께 이우일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데, 단순한 내용 요약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카툰에세이로서 독자들에게 생각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의 잔잔한 일상 속에서 동양고전의 가르침을 이끌어내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동양고전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게 하고 목공소의 다양한 풍경과 삽화, 사진들로 읽어나가는 재미를 선사하는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인문에세이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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