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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빼기의 여행

빼기의 여행
  • 저자송은정
  • 출판사걷는나무
  • 출판년2019-03-27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5-08)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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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려고 떠났다 피로만 떠안고 돌아오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작은 휴식



    출근길에 질러버린 항공권. 항공권이 내 것이 된 순간 기나긴 여행 준비의 서막이 오른다. 수백 개의 해시태그를 뒤지며 맛집, 관광지, 쇼핑리스트를 빼곡하게 표로 정리한다. 여행지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다니고 먹고 산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온 걸까. 미션 수행을 하러 온 걸까?”



    『빼기의 여행』은 이런 고민에 빠진 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송은정은 방송작가로, 출판사와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면서도 틈만 나면 여행 가방을 쌌다. 여행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직장을 그만두고 ‘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을 차리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을 거듭하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여행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극히 사소한 순간들이었음을. 길을 잃은 골목에서, 버스를 놓친 틈에 우연히 마주한 여행지의 풍경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더 많이 보고 느끼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낯선 시공간을 오롯이 즐기는 ‘빼기’의 마음이 아닐까.



    야자수 아래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근사한 레스토랑 대신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컵라면을 먹는 순간. 그런 순간의 기억은 초콜릿처럼 강력해서 도시의 연이은 회의와 교통체증 사이에 하나씩 꺼내보면 기운이 났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은 “목적지에 닿기까지 가능한 한 우회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쉬려고 떠났다 피로만 떠안고 돌아오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홀가분한 여행기이자, 여행을 닮은 가뿐한 일상의 안내서다.



    어떤 포기는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지름길이다.



    여행지에 발을 내딛었을 때 설렘과 함께 우리를 찾아오는 건 조급함이다. 간신히 얻어낸 휴가를 최대한 알뜰살뜰히 써야 한다는 바쁜 마음. 저자 역시 그랬다. 여행 전 ‘핫 플레이스’를 추려 구글맵에 표시해놓고 최적의 동선을 짰다. 벚꽃 성수기에 도쿄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두고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개화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에서는 식사 메뉴부터 잠자리까지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은 매번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스마트폰이 고장 나 길을 잃는가 하면, 때 아닌 강풍 탓에 벚꽃은 모두 떨어져버렸다. 숙소에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오븐에서 굽다 만 새우를 까먹어야 했던 어느 날 밤, 저자는 어딘가 ‘덜’ 완성된 하루를 향해 크게 웃고 말았다. 걱정을 걱정하고 앞당겨 불안해하던 그때 “뭐, 어쩌겠어” 하는 헐렁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떤 포기는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도 좋을 것이다.



    여행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는 ‘카버의 법칙’을 떠올리며 여유를 부려본다. 카버의 법칙이란 “날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다 써버리고서 더 좋은 것이 생기리라” 믿은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일상 습관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주어진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오직 나무만을 위해 쓰기로 다짐한 건 그래서였다. 한정된 시간의 일부를 온전히 나무에게 내어주는 넉넉함이 좋았다. 공원에서 유유자적 나무를 보고, 시내 중심가를 하릴없이 걸었다.

    2박 4일 동안의 사이판 여행에서는 ‘해수욕이라도 즐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야자수 아래 누워 낮잠을 즐겼다. 나무 한 그루를 소유한 듯한 호사스러움은 뜻밖의 덤.

    빠듯하게 돈을 모아 떠난 파리에서는 아끼는 책을 대하듯 좁은 골목을 읽고 또 읽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도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등을 떠밀었다. 일단 걸음을 떼면 자연스레 목적지가 정해졌다. 막다른 골목에서 가느다란 첼로 선율이 들려오던 순간, 알 수 없는 어딘가로 홀리듯 이끌리는 신비로운 현상을 여행이라 믿게 됐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오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래서 일상의 시야가 한 뼘쯤 넓어졌다면

    그것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한 번의 여행이 끝날 때마다 저자는 혹독한 후유증을 앓는다. 언제든 그날을 회상할 수 있게끔 매일 쓰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을 여행 사진으로 바꾸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사진첩을 열어 사진 속 자신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매일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땐 30분쯤 동네를 산책한다. 오늘은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내일은 두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이런 소소한 변주가 매일 같은 일상을 새롭게 한다. 같지만 같지 않다. 어쩌면 여행하는 삶 또한 그런 것일지도.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오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래서 일상의 시야가 한 뼘쯤 더 넓어졌다면 그것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 앱의 최저가 항공권 소식이 뜨면 무심코 검지를 움직여 미래의 어느 날짜를 넣어보는 우리. 이 책은 대책 없이 느긋하고 홀가분한 여행, 그리고 여행을 닮은 가뿐한 일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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