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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 저자에릭 캔델
  • 출판사프시케의 숲
  • 출판년2019-07-3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1-17)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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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단순한 것에 끌리는가

    왜 컬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가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뇌과학자

    에릭 캔델이 말하는 뇌과학과 현대미술



    뉴욕 지성계의 명사이자 천재로 일컬어지는 에릭 캔델의 신작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가 출간되었다. 캔델은 전작에서 시도했던 구상미술과 뇌과학 사이의 연결을 심화해, 이 책에서 특히 현대 추상표현주의 미술과 뇌과학의 통섭을 시도한다. 추상표현주의 계보의 꼭짓점에 위치하는 윌리엄 터너부터 시작해, 모네와 칸딘스키, 폴록과 로스코, 워홀과 그 밖의 미니멀리스트까지 현대미술의 걸작들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그것이 뇌과학의 탐구와 만나는 지점을 치밀하게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 뇌가 지닌 놀라운 특성과 작동 메커니즘에 대해 한층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왜 단순한 것에 끌리는가. 왜 컬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가. 이 책은 미학의 질문이 신경과학의 질문과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으며, 두 위대한 ‘문화’가 서로를 비출 때 새로운 통찰이 기다리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과학적 엄밀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적인 통찰로 가득한 놀라운 책!”_V. S. 라마찬드란(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은 실험과학적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치매나 기억상실 등의 질환을 규명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손꼽힌다.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로 있으며,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모티머 B. 주커먼 마음·뇌·행동 연구소의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 예술, 인문학을 넘나들며 파헤치는 《통찰의 시대》와 신경과학 분야 최고의 교과서로 꼽히는 《신경과학의 원리》(공저) 등이 있다. 회고록 《기억을 찾아서》는 미국국립아카데미 ‘최고의 책’(2007)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과학과 미술 사이를 오가면서

    양쪽의 역사를 솔기 하나 없이 잘 엮는다.”_조지프 르두(신경과학자)



    대체 미술과 뇌과학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둘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환원주의’가 두 문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원주의란 다양한 현상을 기본적인 하나의 원리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으로, “가장 단순한 표현 형태를 탐구해 유달리 복잡한 문제를 푸는 전략”(61쪽)이다. 캔델이 보기에, 20세기 초의 물리학과 20세기 중반의 생물학은 환원주의 덕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리고 캔델 자신이 환원주의적 접근을 통해 20세기 후반에 뇌과학에서 놀라운 발견을 해냈다. 그는 이 책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에서 현대 추상미술 역시 환원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뇌과학과 미술을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뉴욕학파에서의 두 문화’는 논의를 여는 서설로서, 뉴욕의 추상 표현주의가 화가와 비평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제2부 ‘뇌과학과 환원주의’는 세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술과 관련된 뇌과학의 발견들을 주로 다룬다. 인간 시지각의 두 가지 주요 경로인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포함해, 캔델의 주요 연구 업적인 기억과 학습의 신경생물학이 소개된다.



    제3부 ‘미술과 환원주의’는 앞서 제2부의 설명을 기반으로 현대미술 작품들을 시대 순으로 검토한다. 시작은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다. 그들의 작품에서부터 구체적인 사물의 형상이 파격적으로 뭉개지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추상 표현주의를 예고한다. 이후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데 쿠닝과 폴록, 로스코, 모리스 루이스 등 미술사를 수놓은 위대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캔델은 이들 그림에 대한 미술 감상의 식견을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추상미술과 뇌과학 연구의 연결점들을 여덟 개 장에 걸쳐 치밀하게 모색한다.



    제4부 ‘추상미술과 과학의 대화’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에 대한 결론을 제시한다. 뇌과학과 미술은 환원주의를 고리로 하여 함께 사유될 수 있으며, 그것은 서로에게 유익한 통찰을 던져준다. 비록 대화의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느슨한 연결에 불과하지만, 캔델이 보기에 그것이 제시하는 비전은 어마어마하게 야심차며 도전할 만하다.





    “환원주의라는 모형을 통해서

    추상미술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_에밀리 브라운(미술사학자)



    에릭 캔델은 자신의 연구 경력을 관통하는 ‘환원주의’적인 접근이 뇌과학만이 아니라 현대 추상미술의 창작과 감상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예단하는 것과 달리, 미술을 뇌과학으로 환원하는 시도는 작품의 가치나 감동을 깎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기이한 미적 조화가 신경세포의 단순한 물리적 거리로 깔끔하게 설명되는 경우를 보자. 클림트의 그림 〈유디트〉는 성교 후의 나른함에 빠진 채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유대인 여성 영웅의 모습을 담고 있다. 데 쿠닝의 그림 〈여성 I〉 역시 에로틱하기도 하고 공격적이기도 하다. 개념상으로는 극과 극인 섹스와 폭력은 어떻게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지어 나타나는 것일까? 시상하부에는 서로 접하고 있는 두 신경세포 집단이 있다. 한 집단은 공격 행동(싸움)을 조절하고, 다른 집단은 성교를 조절한다. 자극의 세기에 따라 어느 신경세포 집단이 활성을 띨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서 행동도 정해진다. 전희 같은 약한 감각 자극은 섹스를 활성화하는 반면, 위험 같은 더 강한 자극은 공격 행동을 활성화한다(124쪽). 두 신경세포 집단이 거리상 가깝기 때문에 일어나는 미적 조화인 것이다.



    무엇보다 캔델이 가장 중요하게 주목하는 것은 뇌의 ‘하향 처리’가 자아내는 미적 감동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가 시지각을 처리하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바로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다. 상향 처리는 단순한 계산 과정으로, 이미 뇌에 새겨져 있는 보편 규칙을 통해 이루어진다. “뇌는 계산을 통해서 물리적 세계의 이미지에서 윤곽, 경계, 선의 교차와 접점 같은 핵심 요소들을 추출할 수 있다.”(36쪽) 반면 하향 처리는 좀더 고차원적인 정신 기능을 가리킨다. 주의, 기대, 연상, 기억, 학습 같은 것들이다. 모든 시각 정보는 상향 처리의 단순 계산으로만 처리할 수 없다. 항상 모호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이때 뇌의 하향 처리가 동원된다. 즉, 언제나 뇌는 시각 정보에 대해 주관적으로 추측하고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추상미술이 핵심적으로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현대미술가들은 이른바 ‘감상자의 몫’을 작품에 남겨두는데, 이는 달리 말해 하향 처리를 요구하는 시각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몬드리안처럼 ‘선’이 될 수도 있고, 모리스 루이스처럼 ‘색’이 될 수도 있으며, 로스코처럼 ‘윤곽’일 수도 있다. 혹은 폴록이나 데 쿠닝처럼 ‘질감’과 ‘운동성’일 수 있다. 각 화가의 환원 요소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호한 시각 정보를 강조하여 뇌의 하향 처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캔델은 이 책에서 미술과 뇌과학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는 ‘환원주의’에서 그 둘의 만남을 목격한다. 뇌과학도, 현대미술도 ‘환원주의적 접근 전략’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무엇보다 현대미술의 환원된 요소들에 대해 뇌과학의 통찰이 개입할 여지가 여럿 목격된다. 캔델은 이런 통합과 연결의 증거들을 제시하며, 새로운 마음의 과학을 구성할 첫 단추를 끼운다.



    추천사



    “천재 또는 르네상스인. 그는 과학적 엄밀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적인 통찰로 가득한 놀라운 책을 내놓았다.”_V. S. 라마찬드란,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두뇌 실험실》 저자



    “에릭 캔델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과학과 미술 사이를 오가면서 양쪽의 역사를 솔기 하나 없이 잘 엮는다.”_조지프 르두, 뉴욕대학교 교수, 《시냅스와 자아》 저자



    “환원주의라는 모형을 통해서 추상미술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_에밀리 브라운, 뉴욕시립대학교 미술사 교수





    책 속에서



    12쪽 예술 창작 과정을 흔히 인간 상상력의 순수한 표현이라고 묘사하곤 하지만, 나는 추상화가들도 과학자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방법론을 써서 목표를 성취하곤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1940~1950년대 뉴욕학파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은 그런 방법을 써서 경험의 한계를 탐사하고 시각미술의 정의 자체를 확장한 사례다.



    15쪽 생물학 기반의 새로운 마음의 과학은 뇌과학과 미술, 그리고 다른 지식 분야들 사이에 다리를 놓음으로써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열망한다. 이 노력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미술 작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나아가 작품을 어떻게 창작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35쪽 선물 가게에서 산 에펠탑 모형은 눈 가까이 갖다 대면 마르스광장 너머로 보이는 실제 에펠탑과 모양과 크기가 똑같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각하는 어떤 3차원 대상의 실제 원천이 무엇인지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곰브리치는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고 “우리가 보는 세계는 여러 해에 걸친 실험을 통해 우리 각자가 서서히 지은 구성물이다”라는 버클리의 견해를 인용했다.



    37쪽 하향 정보는 인지적 영향과 주의, 심상, 기대, 학습된 시각 연상 같은 더 고차원적인 정신 기능을 가리킨다. 우리가 감각을 통해 받는 모든 당혹스러운 정보를 상향 처리가 다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뇌는 나머지 모호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향 처리를 동원해야 한다. 우리는 경험을 토대로, 우리 앞에 있는 이미지의 의미를 추측해야 한다. 뇌는 가설을 구축하고 검증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하향 정보는 이미지를 개인의 심리라는 맥락에 놓으며, 그럼으로써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51쪽 그림3.3은 원숭이의 얼굴반에 있는 한 세포가 다양한 이미지에 반응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 놀랍지 않겠지만, 원숭이에게 다른 원숭이의 사진을 보여줄 때 해당 세포는 아주 잘 반응한다(a). 그런데 만화로 그린 얼굴에는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b). 이는 만화에서는 특징이 과장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처럼 원숭이도 실제 대상보다 만화에 더 강하게 반응함을 시사한다.



    59쪽 추상미술에서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색의 처리다. 색채는 형태의 공간적 세부 사항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색채는 단독으로든, 선이나 형태와 결합해서든, 강한 감정반응을 일으키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감상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64쪽 학습은 행동 적응의 중요한 수단이자 사회 진보의 유일한 수단이다. 사실 동물과 사람이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주요 메커니즘은 두 가지뿐이다. 생물학적 진화와 학습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학습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생물학적 진화로 일어나는 변화는 일단 느리고, 고등한 생물에게서는 수천 년이 걸릴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는 빠르며, 개체의 평생에 걸쳐 반복해 일어날 수도 있다.



    65쪽 학습을 연구하는 생물학은 몇몇 익숙한 철학적 질문들을 다룬다. 인간 마음의 조직 체계 중 어떤 측면이 타고나는 것일까? 마음은 어떻게 세계의 지식을 습득할까? 모든 세대의 진지한 사상가들은 이런 질문들을 붙들고 씨름해왔다. 17세기 말에 두 상반되는 견해가 출현했다. 영국 경험론자 존 로크, 조지 버클리, 데이비드 흄은 우리 마음이 선천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모든 지식은 감각 경험을 통해 나오며, 따라서 학습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대륙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특히 임마누엘 칸트는 우리가 선험적 지식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우리 마음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틀 속에서 감각 경험을 받아들이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74쪽 군소의 신경 회로는 놀라울 만치 불변임이 드러났다. 모든 군소 개체에서 동일한 세포들이 반사 회로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세포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 감각세포와 각 사이신경세포는 특정한 표적 세포 집합에만 연결되어 있다. 이 발견들은 칸트가 말한 선험적 지식의 단순한 사례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과 같았다. 유전적?발달적 통제하에서 뇌에 새겨진 것이 행동의 기본 구조임을 보여주었다.



    75쪽 이 깨달음은 한 가지 심오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게 정확히 배선된 신경 회로에서 어떻게 학습이 일어날 수 있을까? 즉 행동의 신경회로에 가변성이 없다면, 어떻게 행동이 수정될 수 있는 것일까? 이 명백해 보이는 역설의 해답은 꽤 단순하다. 학습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강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설령 군소의 유전적?발달적 프로그램이 세포 사이의 연결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지정해 불변성을 띠게 한다고 해도, 그런 연결의 ‘강도’는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로크라면 예측했을 것도 같지만, 학습은 신경 회로의 연결 부위에 작용해 기억을 형성한다. 게다가 연결 강도의 지속적인 변형은 기억이 저장되는 메커니즘이다. 우리는 이 기본적이고 환원된 형태에서 본성과 양육, 칸트와 로크의 견해가 화해하는 것을 본다.



    81쪽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서로 다른 자극의 조합에 노출되고, 서로 다른 것들을 배우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동과 지각 기술을 연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뇌의 구조도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변형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 인생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뇌를 지닌다. 설령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라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면서 다른 뇌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뇌 구조의 독특한 변형과 유전적 조성이야말로, 개성 표현의 생물학적 토대다.



    91쪽 터너는 회화를 “모방이라는 지루한 잡일”로부터 해방시킨 최초의 화가 중 한 명이었다. 게다가 그는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기 한참 전에 그 일을 해냈다. 터너는 새로운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 이 자율성을 획득했다. 더 투명한 기름을 쓰고, 거의 순수한 빛을 떠올리게 하는 반짝거리는 효과의 색을 썼다. 이 두 기법을 잘 활용함으로써 그는 추상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회화에서 구상 요소를 제거해도 감상자의 마음에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터너의 작품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야말로 추상미술이 지닌 힘의 일부다.



    109쪽 1959년 뇌과학자들은 몬드리안의 환원주의 언어를 뒷받침할 중요한 생물학적 토대를 발견했다. 처음에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일하다가 나중에 하버드대학교로 옮긴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비셀은 뇌 1차 시각 피질의 각 신경세포가 특정한 방향(수직, 수평, 빗금 등)으로 놓인 단순한 선과 모서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선들은 형상과 윤곽의 구성단위다. 궁극적으로 뇌의 고등한 영역들은 이 모서리와 각을 기하학적 모양으로 조립하며, 그것이 바로 뇌에서 표상되는 심상이 된다.



    123쪽 두 가지의 상호 배타적인 행동, 즉 섹스와 싸움이 어떻게 동일한 신경세포 집단을 통해 매개될 수 있을까? 앤더슨은 그 차이가 자극의 세기에 달려 있음을 알아냈다. 전희 같은 약한 감각 자극은 섹스를 활성화하는 반면, 위험 같은 더 강한 자극은 공격 행동을 활성화한다.



    128쪽 시각과 촉각은 유달리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버나드 베런슨은 아마 이를 강조한 최초의 미술사학자였을 것이다. 그는 “회화의 본질이 (…) 촉각적 가치에 관한 의식을 자극하는 것”이며, 따라서 묘사되는 실제 3차원 대상만큼이나 강렬하게 질감과 모서리를 통해 촉각적 상상에 호소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형태의 환원된 요소(부피, 두께, 질감)가 미적 즐거움의 주된 요소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베런슨이 말하는 것은 음영이나 원근처럼, 착시를 통해 촉각 감수성을 일으키는 것들이었다. 반면에 데 쿠닝이나 수틴의 작품을 볼 때는 시각적 감각이 그림 자체의 3차원 표면을 통해 촉감, 압력, 쥘힘 등의 감각으로 변형된다. 이렇듯 시각 요소의 추상화는 촉각적 호소력과 결부되어, 우리의 미적 반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134쪽 폴록은 시각적 뇌가 패턴 인식 장치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뇌는 자신이 받는 입력으로부터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하는 전문가다. 입력이 극도로 혼란스러울 때도 그렇다. 이 심리적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한다. 모호한 무작위 자극을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



    146쪽 추상미술도 더 이전의 인상파 미술과 동일한 가정에 의존한다. 단순하고 때로는 엉성하게 묘사된 특징들이 지각 경험을 충분히 촉발할 수 있고, 나중에 감상자 스스로가 그 경험을 완성하여 풍성하게 한다는 것이. 뇌 연구에서 나온 증거들은 이러한 지각적 완성이 고도로 특정한 하향 신호가 시각 피질로 투사되어 일어남을 시사한다. 따라서 추상미술가들이 주장하는 것, 그리고 추상미술 자체가 증명하는 것은 인상, 즉 망막의 감각적 자극이 그저 연상적 회상을 촉발하는 불꽃이라는 것이다. 추상화가는 회화적 세부 사항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토대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조건’을 창조한다. 터너가 그린 해질녘 풍경을 본 한 젊은 여성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터너 씨, 나는 이런 해넘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러자 터너가 대꾸했다. “볼 수 있다고 바라기는 했나요?”



    183쪽 퍼브스는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관점에서 이 모든 것을 요약했다. “사람들은 색깔이 대상의 속성이라는 개념을 고집한다. 사실은 뇌가 만들어내는 것인데 말이다.” 드레스 사례가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색깔 지각은 하향 처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화가는 이 사실을 이용하며, 또한 빨강이 ‘사랑, 용기, 피’, 초록이 ‘봄, 성장’을 나타내는 것처럼 색깔이 종종 감정을 전달한다는 사실 역시 이용한다. 하지만 모든 사례에서 색깔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보는 이이며, 감상자는 선과 질감에 대해서도 그렇게 한다.



    208쪽 피터르 몬드리안과 색면화가들의 작품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하향 정보는 추상미술이 유도할 수 있는 ‘영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에 크게 기여한다. 하향 처리에 시지각뿐 아니라 기억, 감정, 공감을 담당하는 뇌 체계들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210쪽 추상미술이 감상자에게 그런 엄청난 도전 과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에게 미술을,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추상미술은 우리 시각계에 뇌가 재구성하도록 진화한 유형의 이미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이미지를 해석하라고 감히 도전한다. 올브라이트가 지적했다시피, 우리는 생존이 인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연상을 “모색한다”. 강력한 구상 단서가 없을 때 우리는 새로운 연상을 만든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마음의 창의력이란, 감각과 경험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재료들을 결합하거나 전환하거나 늘리거나 줄이는 기구에 다름 아니다.” 미술사학자 잭 플램은 추상의 이 측면을 “진리에 관한 새로운 주장”이라고 말한다. 원근법을 해체함으로써, 추상미술은 우리 뇌를 상향 처리에 관한 새로운 논리와 대면시킨다. 몬드리안의 작품은 대상을 처리하는 뇌의 초기 단계(선분들과 방향 축에 의지하는 단계)에, 그리고 뇌의 색깔 처리에 심하게 의존한다. 그러나 이 상향 처리는 포괄적이고 창의적인 하향 처리를 통해 완전히 뒤집히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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