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되풀이되는 기도 소리가 그녀의 뇌리에서 울려 퍼졌다. 떨리는 호흡을 정리하고 칼리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데렉?”
칼리를 바라보는 데렉의 표정은 화강암 조각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칼리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억지로 떨쳐버리려 했지만, 회한으로 저리는 가슴의 아픔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데렉, 우리 이제 케빈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간신히 억제되어 있던 분노는 그 순간 갑작스럽게 폭발했다.
“도대체 이야기 할 게 뭐가 있다는 거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 녀석이 마침내 나타났다는 것? 그것 때문에 우리 가정이 풍비박산이 날 거라는 것? 또 뭐가 있지? 그 녀석이 이런저런 사실들을 종합해서 결국 스테이시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내면 내 기분이 어떨지 그게 궁금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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