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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 부패의 메커니즘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 부패의 메커니즘
  • 저자최성진 지음
  • 출판사박영사
  • 출판년2024-06-14
  • 공급사알라딘 (2024-12-09)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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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말

    경영학자로서 기업의 부패를 연구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박사과정에 진학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지도교수는 세계은행의 설문지를 건네주면서 적합한 연구 주제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 설문지에는 특이하게도 기업과 정부의 관계에 대한 문항이 다수 존재했다. 이를 계기로 해서 나는 기업의 대관(Business-government relationship) 전략과 부패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처럼 정부가 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에서는 기업의 정치 행위가 상당한 현실 설명력을 가진다. 점차 나는 이 주제에 특별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연구에 대해 세상의 평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교수직 인터뷰를 할 때에 그런 “불온한” 학문을 왜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만약 부패한 기업들의 성과가 높다면 도대체 우리 사회에 무슨 교훈이 되냐며 실용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후 대학에서 일하면서 기업들도 기술 혁신, ESG, 기업가정신 등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만 이런 “어두운” 주제는 불편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불온하고” 또 “어두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이 주제를 공부하는 것이 꽤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 부패는 어느 정도 중요할까? 비즈니스 세계의 부패는 의외로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정치인과의 단순 미팅처럼 합법적인 대관 업무에서부터 뇌물과 로비, 그리고 정치 캠페인의 참여까지 포함하는 기업 정치 전략(corporate political strategy)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현대 기업의 정치 행위에는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칭해서 부패 전략(corruption strategy)이나 비시장전략(nonmarket strategy)으로 부른다. 기업의 통상적인 연구개발, 마케팅 등을 제외한 기업의 거의 모든 공식, 비공식적 행위를 비시장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으니 포함하는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우나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전체 경제에서 대략 1/4 정도를 차지하며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불온하고” 또 “어두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는 특히 개발도상국 기업의 경영전략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비시장전략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구먹구구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간 수십 조의 매출을 달성하는 대기업조차도 대관팀은 현직에서 물러난 정치인, 전직 관료나 기자 출신들이 주로 담당한다. 또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은 기업에서 비핵심 부서로 간주된다. 심지어 해외 지사에서의 대관 행위는 지역 건달이나 심하면 범죄 집단에게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대관 행위도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간주한다면 “과학적”이고, “장기적”이며 “합법적”인 프로세스로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마케팅, 연구개발에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글로벌 기업도 이 부분은 외면하거나 경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불법에 연루되거나 정치권에 보복을 당해 기업 운영에 치명상을 입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부패를 막아야 하는 정부 입장도 마찬가지다. 반부패 기관의 수뇌부들은 대개 정치인들이나 검사들이다. 그러나 반부패 정책을 윤리나 법으로만 간주해서는 별다른 발전이 없다. 왜 개인과 기업들이 부패 활동에 연루되는지, 또 그 이면의 경제적 유인 구조는 무엇인지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과학적인 반부패 정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산업의 불편한 진실을 편견 없이 직시하고 분석하는 역량과 자세를 갖추었을 때 부패를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적으로 준비되었다. 다양한 실증 결과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논문들과 책들을 발굴하여 정리하였다. 계량 연구가 놓칠 수 있는 정성적인 부분도 알아보기 위하여 기업인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한국의 반부패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내용을 할애하여 한국과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다루고자 노력하였다. 학술적인 발견을 이 책의 중심으로 두었기에 이론적이며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도 다수 포함하였다. 그러나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풀어 쓰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자의 미숙함 때문인 것을 밝힌다. 학교에서 이 책은 기업 부패학에 대한 개론서가 될 수도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는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패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공공 기관 담당자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한 표현을 선호하기에 특정 독자들이 보기에 다소 직설적인 내용이 포함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독자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 지금도 언제나 사실을 그대로 보이는 것이 학자로서의 최고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을 기획하고 서술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먼저 든든한 힘이 되어준 아내와 책 출간을 응원해주신 창성 김희주 선생님에게 감사한다. 기업 연구를 하면서 UT Dallas 이승현 교수님,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님, 정영록 교수님, 그리고 김찬복 박사님에게 도움을 받았다. 관련된 주제로 논문을 함께 쓰면서 고민했던 모든 공저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연구를 위해서는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술을 위해서 따로 지원을 받은 적은 없지만 대학이라는 안온한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어느 분이 말했던 것처럼 나도 대학에 임용된 후 평생할 출세는 다한 것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날을 기억한다.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한양대학교에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4년 행당동 연구실에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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